우리는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서 연금이라는 상품을 가입합니다. 연금은 은행, 증권, 보험사에 다 있고 몇 년 동안 나눠 받을 수 있는지 등의 여러 가지 연금을 받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죠.
그런데 유독 생명보험회사에서만 특이한 형태의 지급 방식이 존재합니다. 바로 “종신형”이죠.
마칠 종終, 몸 신身. ‘죽을 때까지 연금을 주는 상품’입니다.
자, 그럼 죽을 때까지 준다는 건 좋은 걸까요, 그렇지 않은 걸까요?
‘왜 그런 질문을 하지? 내가 몇 살까지 살 수 있을 지 알 수가 없는데 죽을 때까지 주면 당연히 좋은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실 수 있죠. 우리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니까요.
거꾸로 다른 금융회사들은 왜 종신형을 만들지 않을까요? 만들 수 없어서?... 는 아니겠죠.
생각을 해 보십시다.
고객이 보험료를 냅니다. 일시납으로 내든, 적립식으로 내든 회사는 사업비를 가져가고, 남은 돈은 불려가겠죠?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서 은퇴를 하며 ‘연금 개시’를 합니다. 10년 확정형은 그 동안 쌓인 돈을 10년 동안 이자 계산해서 나눠 주면 끝이죠. 100세 확정형도 마찬가지구요.
그런데, ‘종신형’으로 개시를 하면 ‘불확실한 영역’이 남습니다. 이 고객이 언제까지 살 지 알 수가 없는 거죠. 일찍 죽을 수도 있고, 아주 오~~~래 살 수도 있으니까요.
여러분이 회사라면, 고객이 연금 개시를 하면 이 사람이 몇 세까지 살 거를 계산해서 쌓여 있는 돈을 나눠 주실까요? 참고로 현재 평균수명은 남자 86.3세, 여자 90.7세입니다.
만약, 남성 고객이 65세에 연금 개시를 합니다. 그런데 평균수명 대로 86.3세 까지 살 거를 기준으로 21.3년 동안 돈을 다 나눠줬는데, 이 사람이 다행히(?... 여러분이 회사잖아요) 그 나이에 죽으면 깨끗하게 끝이 납니다. 하지만 죽지 않으면 “종신형”이니 계속해서 연금을 줘야 하죠?
90세까지 살든, 100세까지 살든 계속해서 살아 있는 한 줘야 합니다
그 돈은 어느 재원으로 마련을 해야 할까요?
회사가 자기 자본을 헐어서 줄까요? 절대 그렇게 하지 않겠죠. 그럼 뒤에 가입한 사람의 돈으로 주면? 그건 사기입니다. 땅 파서 줄 수도 없구요.
즉, 회사는 평균 수명을 기준으로 돈을 다 줄 수 없습니다. 그것보다는 길게 잡아서 줘야죠.
회사가 망하면, 모든 이에게 손해입니다.
그러면 현재 보험회사들은 몇 세를 기준으로 종신형 연금을 지급할까요?
작년 삼프로TV 퇴직연금편에 한 국내 생보사 관계자들이 나와서 인터뷰를 하는데 무심결에 “천기를 누설”하고 맙니다.
“(사회자) 그럼 종신이라는 건 내가 죽을 때까지 받는다는 뜻인데 퇴직금은 정해져 있잖아요. IRP에 쌓은 돈은. 계속 준다는 거에요? 내가 살아 있으면? 그런 건 아닐 거 아니에요.”
“(**생명) 살아 있으면 계속 드리구요, 그거를 인제 120세까지 산다는 걸 가정해서……(중략)”
“(사회자) 120세로 가정하고 짤라 준다? 그러다가 90세에 가면, 나머지 30년치는 **생명이 감사합니다 하고 가져갑니까?”
만약 위 사례처럼 65세에 연금 개시를 하는데 20년 보증 종신형으로 연금을 받으면 85세, 그로부터 5년을 더 살아서 90세에 사망을 하면, 회사는 120세 기준으로 지급을 하고 있었고, 보증기간도 끝났으니 그걸로 끝인 거죠. 그래서 사회자가 그러면 남은 30년치는? 하고 물은 건데… 영상에 나오는 관계자는 말을 돌립니다.
종신형 연금지급 방식은 생명보험회사에만 있다고 하는데…. 다른 금융권은 차마 이런 방식으로 하지 못해서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게 복잡한 얘기가 아니니, 한 번 생각해 보시면 뭐가 이상한 건 지 곧 알 수 있죠.
하지만, 이상한 건 그것만이 아닙니다.
종신형엔 “보증지급기간”이란 게 있습니다. 그 기간 안에 사망을 해서 연금을 못 받게 되면 아까우니 최소한 이 만큼은 지급해 드리는 걸 보증해 드리겠습니다 라는 뜻이죠. 이것도 말은 좋은 것 같은데,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죠.
또 한가지 사례를 들어드리겠습니다.
2001년에 한 보험사에 월 69만원씩 연금 가입을 해서 18년을 냅니다. 납입 원금 1억 5천만원. 작년 말 시점까지 4년을 거치해서 해약환급금은 2억원입니다. 최저 보증 5% 짜리 상품이죠.
이 분이 은퇴를 하셔서 회사에 내가 종신형으로 연금을 받으려면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질의를 하니 회사는 “종신형 10년 보증”으로 월 108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월 108만원이면, 1년에 천3백만원, 10년이면 1억3천만원을 받겠죠. 그런데 10년 1개월째에 사망을 하면 보증기간이 끝났으니 그걸로 끝이잖아요. 즉, 지금 해지하면 2억을 받을 수 있는 걸 운이 없으면 1억3천108만원을 받고 끝날 수도 있다는 소리죠.
이건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요?
120세까지 살다 죽어도 원래 내가 받아야 할 만큼을 받고 마는 것인데, 일찍 죽으면 완전 손해죠!
고객이 100세까지 살다 죽어도 손해, 10년 남짓 살다 죽어도 손해죠.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게 끝이 아닙니다.
내가 낸 원금과 그 돈이 운용이 되어 불어난 거에서 내가 받은 돈을 빼면 나한테 남은 돈이 되어야죠. 100에서 5가 불어 났는데 4을 가져 갔으면 101이 되는 게 정상이죠. 이런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연금상품들이 이렇게 연금을 지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 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