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금융의 현실과 미래
– 홍콩은 중국이 된 거 아닌가요? (2부)
지난 칼럼에서 홍콩이 중국과는 다른 금융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으며, 여전히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의 위상을 지키고 있다는 점을 설명 드렸습니다. 오늘은 이어서, 홍콩이 국제 무역과 금융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홍콩 엑소더스"와 관련된 논란이 실제와 얼마나 다른지 보다 깊이 있는 내용을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1. 글로벌 무역과 홍콩 – 단순한 중국의 도시가 아니다
홍콩은 세계 1위의 중계무역국이자 자유무역항으로, 수입과 수출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습니다. 이 점은 글로벌 기업들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홍콩이 여전히 강력한 경제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이 미국으로 직접 제품을 수출하면 중국에서 12%의 수출세가 부과되며, 미국에서도 약 19%의 수입세를 부담해야 합니다. 하지만 홍콩을 경유하여 수출하면 수출세가 0%이며, 미국에서의 수입세도 10% 미만으로 낮아집니다.
즉, 홍콩은 단순히 중국의 일부 도시가 아니라, 중국이 글로벌 시장과 연결되는 중요한 관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특수한 위치 때문에 중국 정부도 홍콩을 단순한 행정구역으로 만들 수 없는 것입니다.
또한, 서방 자본은 중국 본토보다 홍콩의 금융 시스템을 신뢰합니다. 중국 본토 기업들이 홍콩에 상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현재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약 2,400개 기업 중 1,400개가 중국 기업입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 본토가 아닌 홍콩을 통해 중국 시장에 접근하는 이유는 홍콩이 보유한 법적·금융적 안정성 때문입니다.
중국이 40년간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만, 최근 들어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필요로 하는 것은 "중국의 또 다른 도시"로서의 홍콩이 아니라, 세계 시장과 연결된 금융·무역 허브로서의 홍콩입니다.
2. 홍콩, 여전히 국제 금융 중심지로 인정받고 있다
국제 금융센터 지수(Global Financial Centres Index, GFCI)는 세계 주요 도시들의 금융 경쟁력을 평가하는 글로벌 지표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홍콩은 한때 싱가포르에 밀려 4위로 내려갔습니다. 이를 두고 많은 언론이 "홍콩이 금융 허브로서의 지위를 잃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하지만 2024년 9월 기준, 홍콩은 다시 세계 3위의 금융 허브로 올라섰습니다. 이러한 회복에도 불구하고, 국내 언론에서는 이에 대한 보도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GFCI 36 Rank
홍콩의 경제에서 금융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GDP의 23%에 이릅니다. 이는 단순한 산업 중 하나가 아니라, 홍콩 전체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기반이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홍콩이 글로벌 자본이 신뢰할 수 있는 금융 환경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홍콩 자체뿐만 아니라 중국 경제에도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중국 정부 역시 홍콩의 금융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무리하게 본토식 체제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3. 홍콩과 중국 본토, 결정적인 차이 – 외환 자유화
2023년 3월, 글로벌 투자자인 마크 뫼비우스(Mark Mobius)는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투자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그가 이런 말을 한 이유는, 중국 본토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가 본인의 자금을 해외로 이동시키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는 외국인이 송금하거나 자금을 이동하는 데 있어서 엄격한 외환 규제를 받습니다.
그러나 홍콩에는 외환관리법이 없습니다.
홍콩에서는 계좌에 있는 돈을 제한 없이 해외로 송금할 수 있으며, 글로벌 금융 시장과 자유롭게 연결됩니다.
이 차이점이 홍콩이 여전히 금융 허브로 기능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며,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홍콩을 신뢰하는 결정적인 요소입니다.
4. 세계 최대 사망보험금 계약이 홍콩에서 체결된 이유
2024년 2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사망보험금 계약이 홍콩에서 체결되었습니다.
해당 계약은 약 2억 5천만 달러(한화 약 3,500억 원) 규모로, 이전 기록이었던 미국의 2억 100만 달러(2014년)보다 훨씬 큰 금액이었습니다.
이 계약은 홍콩 HSBC Life에서 인수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자산가들이 홍콩의 금융 시스템을 신뢰하고 있으며, 홍콩이 여전히 국제적인 금융 허브로 자리 잡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만약 홍콩이 불안정한 금융 환경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러한 초대형 계약이 체결될 수 있었을까요? 글로벌 자산가들이 직접 시장을 분석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홍콩의 안정성을 인정했다는 의미입니다.
5. 홍콩의 변화, 과연 위기인가 기회인가?
홍콩이 정치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2022년 홍콩 보안법 통과 이후, 30년 역사의 민주당이 해체 수순을 밟고 있으며, 정치적 자유가 제한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홍콩 시민들이 실제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정치적 자유보다 경제적 안정입니다.
홍콩은 영국 식민지 시절에도 정치적 자유는 많지 않았지만, 경제적으로는 높은 자유도를 보장받아왔습니다. 1997년 중국 반환 이후에도 주식시장, 부동산 시장, 금융 시스템 모두 크게 성장했으며, 이는 홍콩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또한, 국내 언론에서는 "홍콩이 텅 비어 간다"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지만, 실제로는 호텔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으며, 아고다(Agoda)와 같은 예약 사이트에서도 홍콩 호텔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상황입니다.
홍콩은 여전히 글로벌 금융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
중국이 필요로 하는 것은 "또 하나의 중국 도시"로서의 홍콩이 아닙니다. 중국 본토와 세계 금융 시장을 연결하는 중계 플랫폼으로서의 홍콩입니다.
홍콩이 100년 이상 쌓아온 국제 금융 허브로서의 신뢰와 역할을 하루아침에 없앨 수는 없습니다. 국제 금융은 단순한 정부 정책이 아니라, 전 세계 자본 시장의 신뢰와 연결성이 핵심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홍콩을 둘러싼 다양한 보도와 의견이 있지만, 실질적인 경제·금융 지표를 바탕으로 판단해 보면, 홍콩은 여전히 매력적인 금융 허브이자, 글로벌 자본이 신뢰하는 시장입니다.
중국은 어떤 홍콩이 필요할까요? 지금의 홍콩?
아니면 중국의 도시 중 하나로서의 홍콩?